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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 레프 톨스토이 – 결혼의 해부학

크로이체르 소나타 – 소개

크로이체르 소나타, 모두가 알고 인식하고 있지만 체면을 위해, 늘 그래왔어서 신경쓰지 않는 남녀사이의 대화.

그 모든 것을 알고 너는 존중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

한줄평

나약하고 잔인한 망상을 과연 다스릴 수 있을까?

누가 읽으면 좋을까?

  • 남자와 여자의 실체에 대해 인지하고 있거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
  • 혹은 그들에 본모습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를 엿보고 싶은 사람들
  •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
  • 긴 세월동안 사랑한다는 맹세에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
  • 사랑이 사라졌을 때 나타나게 되는 반응이 궁금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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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보고 싶은 사람들

왜 읽었어?

  • 강신주의 감정 수업에 있는 48가지 책을 대부분 읽고 난 뒤로, 다른 도서들에서 나오는 추천 인문 서적을 보곤 해.
  • 책 추천 전문 서적을 보지는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감화받은 소설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가 있어.
  • 그 책들이 관심이 가면 사서 보곤 해.
  • 그런 책들 조차 대부분 읽어버려서 이제는 그간 읽었던 작가들 중에 눈길이 가는 다른 소설을 찾다 갑자기 땡겨서 책을 샀어.
  • 톨스토이는 그래도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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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어떤 시대와 상황과 환경이 잠시 깃드는 느낌이야.

크로이체르 소나타 – 언제 읽었어?

  • 대화가 극단적으로 단절된 상황에서 읽었어.
  • 직업적인 대화를 제외하면 사실상 2~3주는 예사로 대화를 하지 않는 날들이 빈번한 시기였어. (온라인 대화 말고 오프라인에서 얼굴 보고 하는 대화)
  • 경제적 사업적 어려움과 별개로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가 없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할 무렵이었어.
  • 흔히 말하는 외로운 이들의 삶처럼 나혼자 적막한게 너무나도 싫어 듣지 않을 유튜브를 틀어놓고, 잘 때도 들으며 자곤 했을 때였어.
  • 일상에 필요한 루틴을 꾸역꾸역 이어나갔지만 뭐 하나 똑바로, 충분한 양을 하는 느낌을 갖지 못할 때였어.
  • 소설을 읽어가면 그들의 대화에 내가 참여한다는 느낌에 빨려들어 미친듯이 독서를 멈출 수 없을 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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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간절했지만 찾을 수 없었어.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사람들의 눈에 말도 안되며, 시대에 너무도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보여주는 강한 의견과 논지에 놀랐어.
  • 밑도 끝도 없는 억지 주장은 말이 이어짐에 따라 너무나 견고한 디테일과 경험, 관찰에 기반한 것임을 알게 됐거든.
  • 지극히 편견에 기반한 논리라고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면을 보여줬을 때 놀라웠어.
  • 좋은 모습이 아니라 그 뒤에 누구나 다 의도하고 생각하는 추한 면을 여과없이 드러냈어.
  •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단 하나도 변호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깊었어.
  •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을 떠나 지독할 정도의 솔직함을 볼 수 있었어.
  • 의견이 꽤나 강함에도 주요 인물이 주장하는 바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었어. 일부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
  • 마찬가지로 특정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어.
  • 보편적인 현대 사회에서도 이미 잘 드러나 있는 일이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일이라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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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이받으면 돌이킬 수 없는 소의 뿔 같았어.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망상이든, 편견이든, 남녀 사이에서 갖게된 오만가지 감정과 상황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고 그 현실은 비극이 될 수 있다는 것
  • 서로에게 악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존중은 고사하고 사람 대접조차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겠다는 것
  • 사랑으로 결혼을 하는게 과연 맞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
  • 조건을 봐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사이인지가 결혼에 더 중요해 보인다는 것
  • 끌림과 동반자의식 절반으로 연대와 같은 마음으로 결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보인다는 것.
  • 이를 테면, 집착이나 성내는 표현을 위험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이 가능한 상대인지가 오히려 진실된 사랑보다 안정된 결혼을 이끌어나갈 수도 있겠다는 것
  • 적어도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겠다는 마음으로는 온전한 결혼이 성사될 수 없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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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파도를 살면서 멈출 순 없더라도 절제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느냐가 중요하겠다는 것

크로이체르 소나타 – 책에서 뭘 봤어?

  • 적어도 함께 살아가는 남녀 사이에 합의와 협상은 결혼한 이후에 사랑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겠다는 것. 얼마든지.
  • 온건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상호 관계가 아니라면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말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없겠다는 것.
  • 정상적인 대화가 있고 사랑이 있는 거지 사랑으로 극복한다라는 말은 너무 긴 세월 앞에선 힘을 쉽게 잃을 수 있겠다는 것
  • 진정한 사랑이라는 표현만으론 너무 두루뭉술하다는 것.
  •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적당히 감각적으로 센스있게 아는 것으론 부족하고 아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겠다는 것
  • 사람 관계는 얼마든지 폭력적이 될 수 있고 그건 다름아닌 나약함과 위축된 자기의 마음을 들킨 쪽팔림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는 것.
  • 이런 건 자존감 부족이라고 무조건 퉁칠 일이 아니라는 것. 부정적이지만 이 또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람의 특성이라는 것
  • 투명하게 서로에게 안심을 심어주는 행동도 물론 좋지만, 각자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단단해질 필요도 있겠다는 것.
  • 그래서, 적어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관계는 되어야 결혼에 도전할만하겠다는 것
  • 그리고 이 모든 걸 다 갖추면 아마 대부분 결혼은 물건너 갔다고 생각할 나이가 됐을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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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장미에는 가시가 있지. 손을 안 다치게 하는 건 서로의 몫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