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 버틀런드 러셀 – 정말 정복하는 법을 알 수 있어.

행복의 정복 – 소개

행복의 정복, 이 작가를 버나드 쇼 다음으로 사랑하지만, 제목 때문에 책을 골랐어.

내 기억에 사실상 20대 후반은 최악의 시기였고 그만큼 행복이 간절했거든. 요새 젊은 사람은 더 어렵다고 말해도 소용없는 게 뭐 어지간히 잘난 놈 말고

20대에 이룬 것 하나도 없는 시긴데 간절하지 않고 찌질하지 않으며 고통스럽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에 화나지 않는 20대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

개인의 삶의 자세와 달리 그 나이가 사회적으로 이리저리 치이기 바쁜 나이인걸

그때, 저 무지막지한 제목, 행복은 다분히 인위적 노력으로 정복할 수 있다는 제목에 뭐에 홀린 듯 책을 샀던 기억이 나

마침 작가의 글 수준과 가독성도 엄청나서 카페에서 커피 리필해가며 3~4시간을 숨도 못 쉬고 내리읽은 기억도 나고.

결국, 이 책은 당시 내가 적어둔 메모에 의하면 2016.4.25에 두 번째로 완독을 했고 지금까지 읽어오고 있어.

최소 20번 이상을 읽었고 단언컨대 이 책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모든 적용 가능한 대안을 실천하려 노력해오고 있어.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를 찾아 고치려 노력하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알고 강화하려 노력하면 정복할 수 있다는 심플한 관점에서 쓰였고

책에도 어려운 내용은 전혀 없어.

1930년대 책이지만 난 이글이 현대 콘텐츠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대다수의 사람에 비해 감각적인 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 책은 소설이 아니야. 그래서 일부 스포일러가 있어. 그 점은 양해를 구할게.

그리고, 스포일러라고 표현한 부분도 내가 직접 수년간 메모해간 흔적을 보여주기 위함일 뿐 내용을 드러내기 위한 스포일러는 없다는 점 미리 밝힐게.

이 책을 소개하게 돼서 기쁘고 내 8년 전처럼 인생이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래.

한줄평

시간을 들인 인풋은 임계점만 도달한다면 반드시 아웃풋을 뱉어낸다.

이미 주변에 많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개해 온 책이야.

누가 읽으면 좋을까?

  • 내 행복이 뭔지 정의하지 못한 사람
  • 행복이라는 게 뭔지 마땅한 기준이 없는 사람: 돈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여러 사람 말 들어봐도 헷갈리는 사람
  • 행복을 당연히 쟁취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 하지만 용기에 비해 대안이 마땅히 없는 사람
  • 정말 삶이 팍팍한 사람: 그래서 행복하게 살라는 말이 웃기는 소리 같기만 한 사람
  • 행복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 그래서 자기 삶에는 어떤 형태로 적용하면 좋겠는지 힌트를 얻고 싶은 사람
  •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

20번 읽었다는 얘기는 딱 20번만 읽었다는 게 아니라, 그다음부터는 일일이 세기 짜증 나서 세는 걸 관뒀어.

왜 읽었어?

  • 작가는 오늘날 UN 연합이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 그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야. 영국 총리의 손자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야.
  • 금수저라고 하기엔 인생에 파도가 적지 않은 사람이야. 그래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통찰력과 혜안을 갖추고 있어.
  • 버나드 쇼 이후로 나는 먼치킨 같은 존재에 끌렸어. 아무리 한 세기 전 사람들이라지만 한 사람이 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업적을 남기는 괴물 같은 사람들에게 마약처럼 끌렸어. 러셀과 버나드 쇼는 각자의 영역에서 워낙 입지전적인 사람들인지라 자신들의 저서에서 서로의 발언을 인용하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그 덕분에 알게 됐어. 저자를 찾아보고 책을 읽어가며 매력을 느끼게 됐어.
  • 자서전을 시작해서 15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지만 버나드 쇼에 비해서 많이 읽지는 않았어. 저자는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한데, 자기 분야에 전문적인 저서는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고.
  • 이 책 [행복의 정복]은 러셀의 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독자를 위해 겨냥한 책이고 책이 출간된 1930년대에도 널리 읽히며 호평받은 책이야.
  • 명성에 걸맞게 읽기가 쉬움에도 8년 내내 읽어도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은 책이기도 해.

이 문체 그대로, 이 내용 그대로 책이 일관되게 쓰여 있어.

행복의 정복 – 언제 읽었어?

  • 개인적으로 나는 당시 최악의 시절을 보냈어.
  • 학부 시절 조기졸업을 할 정도로 올인하며 원하던 대학원에 갔지만, 가고 나서야 내 길이 아니란 걸 알았어.
  • 그렇다고 쉽게 때려치우기엔 그 대학원은 모두가 선호하는 잘 나가는 대학원이었어. 나는 내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내 학부를 벗어나기 위해, 연구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다지기 위해 그곳을 들어갔거든. 자퇴생으로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
  • 그런데, 문제는 내가 석사 과정이 아니라 석박사 통합 과정이었어. 이 과정은 비유적으로 말하면 석사 2년, 박사 4년을 끊어서 가지 않고 한 번에 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대신 (다시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는 대신) 5년 만에 단축을 시켜주는 학위 과정이었어. 대신, 자퇴하면 석사도 못 건지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의 학위였어.
  • 맞지 않는 길이라고 했지만 나는 내 부모님의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자랑거리였고, 내 정당한 노력의 대가였고 트로피여서 쉽게 길을 멈출 수가 없었어.
  • 짧지 않은 기간을 겉돌았고 그사이에 점점 버나드 쇼나 러셀 같은 사람들의 삶에 빠져들었어. 당연히 그만큼 전공 공부와 연구와는 멀어졌지.
  • 지금이야 그 책들 덕에 정서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어 이 글을 쓰지만, 이 두 작가의 책은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망가져 가고 있을 때 이제 막 읽기 시작한 것이었어.
  •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책을 읽어가며 위안만 얻었을 뿐이었어. 모든 게 깜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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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마냥 마른 꿈이 있었어. 버리진 못했지만, 말라가고 시들어갔지.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책으로 내 과거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어.
  • 그전에는 그런 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여러 해 동안 반복해서, 비주기적으로 읽어 왔어.
  • 그렇다 보니 과거 메모를 보면 당시에 한계에 닿아 있어 좌절했던 내용이나 어설프게 아는 척, 잘난 척하기 위해 썼던 메모들이 있어.
  • 그리고, 그 메모에 대한 생각을 가장 최근에 읽은 시점에 업데이트하며 마치 대화하듯 메모를 추가해둬.
  • 그 과정에서 나는 과거에 내가 어땠는지를 살펴볼 수 있고 그땐 갈피도 잡지 못했던 생각들이 어느덧 내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있음을 확인하게 돼.
  •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느라 잊고 지냈던 과거와 대화를 할 수도 있지.
  • 그 모든 과정이 내게 현명함을 준다고까지 생각하진 않아. 그저 과거를 보고 이랬구나! 하며 넘어가는 거지.
  • 하지만, 그 넘어가는 덤덤함 과정과 현재의 모습과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작은 한순간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
  •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책이 있다면 삶이 덜 팍팍하지 않을까 싶어.
  • 모든 게 너무 자극적이기만 한 시대니까.

이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고, 이 쌓인 것과 내가 걸어갈 방향성이 또 모를 미래의 내가 되겠지. 그 과정을 내 눈으로 마주하는 게 좋더라고.

읽고 어떻게 느꼈어?

  • 생계의 지장이 없거나 지장이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되거나 지장이 없도록 만들고 싶은 정도로 열심히 하고 싶은 뭔가가 있다면, 당신 목소리를 따르는 게 좋다는 것.
  • 저 책은 당장 굶어 죽지 않을 사람들을 전제로 쓰였는데, 나 당시에 대학원생 하느라 월급이 세후 66만원인가 그랬거든. 그것도 당시 기준으로 카이스트, 포항공대 아닌 이상에야 꽤 잘나가는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해. 일반적으로는 학비조차 일부밖에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어. 상위권 대학원에 입학해도 연구실의 재정 환경에 따라 학생들 처우는 천차만별이었으니까. 나는 여건으로만 따지자면 대학원 생활에선 대기업군에 있었다고 생각해.
  • 하지만, 그 와중에 자퇴를 고민했으니 앞길은 더 깜깜했지. 지금처럼 하고자 하는 일이 마땅히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당시만 해도 학위를 한 지 2년은 넘었을 거야. 그러니 나이도 어설프게는 먹었지. 그렇다고 군대 포함 학부 시절 내내 연구자의 길만 쳐다본 내가 갑자기 취업하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 (결국, 실제로 난 사람인을 29살에 처음 알게 돼)
  • 그저 도피하듯 책을 읽고, 정신을 붙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시간에 짬을 내어 운동했지. 돈이 여유가 나면 커피 마시면서 일기를 썼고.
  • 지금 이 글을 읽을 때도 깜깜하지 않아? 가뜩이나 돈이 많지도 않은데 했다고 한 일들 모두가 돈 한 푼 안되는 거에 모든 분야가 일정 수준에 오르려면 꽤 시간이 걸리는 일만 하고 있잖아. 글도, 독서도, 운동도 말이야.
  • 그걸 그 나이 때 모르지 않았어. 지금 깨달은 게 아니야. 그때도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이것들이 좋은 거라는 건 알지만 내 밥 벌어먹여 주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공포감을 느끼면서 저런 행동을 반복했어.
  • 그렇다고 당연히 내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었어. 이미 연구자의 길은 마음이 떠 버렸는걸.

그 뒤에 어떻게 행동해왔어?

  • 지도 교수님께서 내 자퇴 요청을 받아들여 주실 때 확실한 청사진과 함께 전문 연구원의 자리를 보고 있다고 마음을 돌리려 하셨어.
  • 오늘날 어지간한 철밥통 직장보다 돈을 많이 받고 안정성이 확실한 직장이었지.
  • 그조차도 교수가 아니면 연구직은 쳐다보지 않겠어! 정도의 무식함으로 거절하고 나올 정도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발달하지도 않았어.
  • 마음에 들지도 않은 일을 수락하고 적당히 일할 성격도 못됐고.
  • 그런데도 세상은 요지경인지라 나는 그때 쌓았던 습관과 기반을 바탕으로 오늘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 여전히 이런 취미들은 내 밥을 먹여주지 않아.
  • 직접적으로 돈이 되고 있지 않지.
  • 하지만, 독서와 운동을 통해 배운 삶의 지혜와 노하우들을 내 삶 곳곳에 적용하고 셀프 피드백을 하는 과정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나는 적어도 내가 원하는 인간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자주 느껴.
  • 그리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느끼지만 다른 한편, 내가 내 기준에서 후진 놈이 아니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
  • 여전히 현실적으로 말하면 자부심은 당신의 배를 불려주지 않아.
  • 하지만, 당신이 정말 굶어 죽을 정도가 아닌데 가치관이 아주 분명하다면, 당신은 삼시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 시점부터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거야.
  • 굶기 딱 좋은 만큼 아무나 걷는 길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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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런 식으로 외면하는 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해. 그건 당신 인생에 죄악이야. 언젠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고.

행복의 정복 – 책에서 뭘 봤어?

  • 행복이라는 게 결국은 자기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느냐에서 떳떳함을 충분히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봐
  • 그리고 너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행복이 아니라 기여하고 나누며 그렇게 세상의 일부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풍부해질 수 있다고 보고
  • 무슨 빚쟁이처럼 나 노력했으니 행복 내놓으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알수록 좋지.
  • 사람마다 그 과정에 도달하는 시간과 방법은 각자 다르니 그냥 걸어가 봤으면 해.
  • 나도 그래. “어? 나 이제 이게 좀 되네??”라고 느낀 게 처음 책을 읽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8년 뒤거든.
  • 어떤 사람이 자기 8년 뒤를 예측하고 인생을 걸어가겠어.
  • 그냥 걷다 보니 8년이 지난 거고 과거에는 거대한 산 같았던 장애물이 어느덧 별것 아니게 된 거지.

하고 싶은 말

  •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소중한 삶을 부드럽게 응원하면서 삶의 지혜를 나누는 많은 책이 있을 거야.
  • 내가 이 뒤에도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나 나를 바꿔나간 것처럼 당신도 꼭 책이 아니더라도 어떤 콘텐츠에서든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하지만, 그런데도 내가 책을 권하고 특히 이 책을 권하는 건 이 책이 당신 머릿속에 하나의 필터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
  • 사회 생활하는 거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런데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 당신이 행복을 정복해가는 과정에도 비슷한 공개념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 이 책은 그런 경계를 잘 보여주는 책이고 어떤 개념과 느낌의 행복이 장기적으로 옳은 것인지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에 추천해주고 싶어.
  • 이 책 말을 어떻게 다 듣겠어. 사람 살아온 인생 다 다른데.
  • 하지만, 방향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분명 보물이 되어줄 거라 생각해.
  • 그리고, 이 책의 담긴 내용이 오늘날에 서로 눈치 보느라 진실하게 대화하지 못하고 적당한 대화만 맴도는 어설픈 사회관계, 친구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
  • 나는 당신이 이 책에서 얻은 메시지를 바탕으로 용기를 얻어 소중한 사람들과 적당한 대화 말고 터놓고 격 없이 말하는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래.
  • 나는 요새 그런 게 가능한 사람이 한, 두 명 정도밖에 없거든. 근데 그 소수와의 진솔한 대화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어.
  • 당신도 그런 소수를 얻기를 바래. 그리고 더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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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이 너무 늙게 놔두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