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 비판의 정석

걸리버 여행기 – 소개

여행을 떠날 때마다 매번 죽을뻔하는 데 뭘 그렇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 여행을 못 멈추는 건지.

한줄평

돌려까기를 하려면 이정도는 되야지.

난 걸리버 거인인 얘기가 전부인줄만 알았어…

누가 읽으면 좋을까?

  • 파괴 본능이 과한 사람들: 형식과 매너를 갖추더라도 [비판]이 [비난]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
  • 풍자와 해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웃음이 포함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너무 원색적이지 않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음을 아는 사람들
  • 타인의 견해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우선은 자기가 갖춘 것에 대한 장점을 어필하기 바쁜 사람들
  • 막연한 애국심이 있는 사람들: 적당히 아는 정도지만 내가 소속되었기 때문에 일단은 우호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
  • 관찰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들: 어디서 어디까지를 봐야하는 지, 꼼꼼한 사람들은 어디까지 파고드는 지가 궁금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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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하게 상황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사람들

왜 읽었어?

  • 걸리버 여행기는 유년 시절에 적당히 만화로만 본 게 전부였어.
  • 걸리버가 거인 취급 받으며 겪었던 역경이 어렴풋한 잔상으로 남아있어. 별로 자극적이지도 않았고.
  • 하지만, 간혹 다른 저자를 통해 언급되는 걸리버 여행기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어.
  • 19세기 영국, 아일랜드 철학과 사상가들 대부분이 각자의 저술에서 비판의 끝판왕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어.
  • 비판과 비난에 그렇게 몰입할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 데, 특정 시대에서 예외없이 손꼽히다 보니 무삭제 원본을 읽고 싶더라구.
  • 내용이 두꺼웠지만 가독성이 꽤 좋아서 그 다음부터 집중해서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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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내린 그 평판을 나도 재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

걸리버 여행기 – 언제 읽었어?

  • 신부 세르게이를 읽고 나서였어.
  • 여러 일들이 많아 다 읽기 까지는 15일 정도가 걸렸지만 책이 어렵기 때문은 아니었어.
  • 오히려, 제목처럼 여행장소에 따라 크게 네 편으로 나뉘는 지라 조금씩 끊어서 읽기 좋은 책이었어.
  • 어릴 때부터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근처 카페에 책과 노트, 모나미 볼펜을 들고가서 혼자 책보고 돌아오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 재택근무로 집 밖 외출이 잦지 않은 요새는 더 소중한 일과가 되었지. 요즘 시대 어려워서 많이 절약해야 하니까. 신경 쓰게 되거든.
  • 하지만, 공교롭게도 개인사가 복잡했을 때라 주에 몇번씩 이 카페, 저 카페를 옮겨다니면서 조금씩 읽어내려간 것 같아.
  • 내 일과 상관없고, 내 심정과도 상관이 없는 데 책에서 보여주는 균형잡힌 비판과 비난이 보기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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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돌릴 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디테일한 설명 덕분에 그럴 수 있었어.

어디가 인상 깊었어?

  • 걸리버가 여행을 갈 때마다 철저하게 깨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
  • 걸리버는 문화 사대주의자라고 보기에도 어렵고 애국주의자라고도 보기 어려워.
  • 단지, 남에게 자기가 살아온 국가와 문화권을 설명할 땐 그 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자국의 문화와 가치를 옹호하는 정도야.
  • 일반적이지.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정도의 자국을 옹호하는 마음으로 여행 중에 만난 국가에 자국을 적극 설명해.
  • 하지만, 민망할 정도로 철저하게 까여. 이성과 논리 정합성에 의거해서 말야.
  • 그렇지 않다면 희화화 돼. 여행 국가의 시선에 의해서.
  • 걸리버는 가만히 있지 않았어. 적극적으로 자신과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옹호했어.
  • 그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특성도 나타나지만 [국가]와 [인간성]으로 대변되는 보통 가치들도 드러나게 돼.
  • 하지만, 역시나 그런 인류 본성도 철저하게 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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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옹호하기 위한 설명이 과녁이 되어 더 정확히 비판 받아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반성없이 우수함을 드러내려는 태도, 자신이 나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자세는 허망할 뿐이라는 것
  • 힘의 논리가 유의미한 건 맞지만, 그건 그게 먹히는 대상일때의 얘기일 뿐이라는 것.
  • 그 힘에 종속되지도 관심도 없는 집단에게 열변을 토해봤자 나만 바보될 뿐이라는 것.
  • 특정 집단에 종속이 되는 것보다 보편적 인류애의 관점에서 반성할 점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는 것
  • 모든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반복해 왔다고 그걸 답습해선 안된다는 것.
  • 그 점을 바탕으로 자신은 다르게 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 비판과 비난이 왜 필요한 지를 적어도 개인의 삶에선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것.
  • 내 판단으론 적어도 내가 잘되기 위해서.
  • 그 내용을 아프게 듣고 적어도 나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들을 필요가 있겠다는 것
  • 이런 가치를 고민하려면, 자기만의 삶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것.
  • 남들 다 따라가는 길을 걷게 되면 분명 보편적 인류가 저지른 과오에 발담글 확률이 올라갈 것 같다는 것
  • 그만큼 나 자신을 개선하고 내 갈길을 가기 어려워 질 것 같아 보인다는 것
  • 그렇기에 나 자신의 길을 걷되 타인을 관찰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
  • 하지만, 자신의 길을 걷느라 함께 걸어갈 동료가 곁에 있기 힘들 경우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다는 것
  • 그래도, 나는 느낀 바대로 살겠다는 것.
  • 가능하다면, 이렇게 살다 죽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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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을 보면서 망원경을 봐야 한다니, 참 쉽지 않네.

걸리버 여행기 – 책에서 뭘 봤어?

  • 네 갈길을 걷는 게 남을 무시하고 너 자신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절대 아니라는 것
  • 더 우수한 문화, 너를 깨우쳐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철저하게 자신을 비판해보는 게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 비판적인 발언으로 신랄하게 깨지는 것도 당연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마음 아프겠지만.
  • 하지만, 비판을 해주는 상대방은 몰라도 내가 누군가를 비판할 땐 높은 수준의 표현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
  • 비판이라는 그 행동만으로 상대는 높은 확률로 비난으로 인식할테고 너의 의도는 그 시점에서 사라질 거라는 것
  • 그 비판과 비난을 상대의 입장에서 정확히 각인시키지 못할 바에 입을 닫아버리는 게 낫겠다는 것
  • 여기서 입을 닫는 기준은 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 다고 한심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 상대방 입장에서 적절한 수준의 비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이 기준이라는 것
  • 즉, 상대방에게 어떤 이미지의 언어로 각인 시키느냐가 비판과 비난 표현의 핵심이라는 것
  • 나는 그걸 못해서 많은 사람들을 잃어왔다는 것
  • 대화의 기준은 대부분은 타인에 맞춰져 있다는 것
  • 내 콘텐츠로 말을 하는 이 순간에도 이 글을 볼 독자가 이해할 것을 배려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 그러려면 보이지 않는 독자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 아 젠장, 아무리 글을 계속 쓰고 있다지만 너무나 어렵다는 것
  • 다만, 그래도 일단 이 일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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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느끼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