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부인의 직업 – 조지 버나드 쇼 – 어머니, 자식은 소유물이 아닙니다.

워렌 부인의 직업 – 소개

워렌 부인의 직업, 매춘 사업을 하지만 수완 좋은 엄마 워렌 부인과 결혼따윈 개나 줘버리라는 듯이 독립적인 삶을 사는 딸.

자식의 소유권과 점유권이 있다는 듯 주장하는 엄마와 자신의 독립적 미래 결정권을 기꺼이 선택하고 힘들어도 그 삶을 향해 걸으려는 딸

100년 전에 나왔을리가 없을 정도로 현대적인 희곡. 앞으로도 현대적일 희곡.

한줄평

여러 상황 속에서도 내릴 수 밖에 없는 선택의 총합, 그게 네 인생이지.

성적인 얘기 안 나와. 그러니 오바하지 말고 봐.

누가 읽으면 좋을까?

  • 부모가 자식의 통제를 과하게 행사하려는 사람들: 좋고 나쁨, 선하고 악함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사를 따르게 하려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 독립적인 사람들: 설령, 능력이 모자랄 지언정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도움 받는 것을 성인으로서 수치심 느낄 정도로 독립적인 사람들
  • 억지로 가족이란 테두리로 묶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동의할래야 할 수 없는 멋대로 정한 가족의 룰로 억지 묶음하려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들
  • 자기가 원하는 환경을 얻기 위해 대가를 치러온 사람들: 누구에게 인정받는 것과 상관없이 그저 자기 방향을 걷고 그만큼 대가를 치러온 사람들
  • 사랑이든 감정이든 하는 것들에 회의적인 사람들: 당장 원하는 환경을 추구하고 비전을 달성하기도 빠듯한 사람들
  • 주도적인 삶의 결정권을 위해 낮은 삶의 질을 감내하는 사람들: 물질이 좋은 건 알지만 그보다 자기 주관대로 살 수 있는 삶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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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고독한 전쟁 혹은 전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 쟁취하려는 사람들

왜 읽었어?

  • 버나드 쇼는 “우물 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더 친숙한 극작가야.
  •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읽은 지는 10년 정도 됐어. 이 책을 포함해 내가 앞으로 올릴 모든 버나드 쇼의 작품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읽었어.
  • 이 사람의 저서 중 하나의 책을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건 17번 이상 이었던 걸로 기억해. 그 이상 반복한 다음부터는 몇 번 읽었는 지 새는 걸 포기했어.
  • 10년 전에 나는 노력 끝에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적응을 못해 방황하고 있었어. 그 때 이 사람을 알게 됐어.
  • 대개 대학원 전공이 그렇듯 그 학문 분야 사람들 빼고는 알지도, 알 필요도 없는 아주 미시적인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돼.
  • 그리고, 그 일 하나에 온 힘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함을 느낄만큼 지난한 공부 과정이지.
  • 버나드 쇼는 그 반대로 내가 아는 한 가장 팔방미인형 인물이야.
  • 런던 정경대의 설립자 중 한사람이기도, 국회의원이며,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기도 해.
  •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받은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다방면의 성과를 보면서, 그리고 신랄한 문체 때문에 빨려들듯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 삶에 제 1순위로 영향을 준 작가라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어.
  • 내 인생에 단언컨대 가장 큰 영향을 현재까지도 주고 있는 사람이야.
  • 국내에서 출판된 번역본 – 발번역 서적까지 포함해서 – 사실상 전부를 다 가지고 있어.
  • 그리고 여전히 갑갑한 마음에는 책을 읽어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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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나드쇼는 그림처럼 초자연적인 어떤 에너지 덩어리 같은 느낌이었어.

워렌 부인의 직업 – 언제 읽었어?

  • 지금은 이 글을 쓰는 당일에 읽었어.
  • 그런데, 오래되서 몇 번이나 읽었는 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 아무튼 많이 읽었어.
  • 1890년대 초반에 쓰여진 희곡이었고 매춘부의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쇼킹해서 처음에 책을 본 걸로 기억해.
  • 하지만, 외설적인 측면보단 사회 환경적으로 왜 이런 삶이 세상에 성립되는 지에 초점을 맞춰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어.
  • 이런 사회적인 측면을 떠나서 가정사에서 인물 간의 대립 구도를 보는 재미도 좋았기 때문에 다시 책을 보게 됐어.
  • 매춘사업의 경영자로 당시 시대상으로는 파격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자식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자신만을 따라야 한다는 엄마
  • 그리고, 그런 엄마의 삶과 사실상 무관하게 자신의 노력과 현실적인 감각만으로 삶을 꾸려온 딸
  • 이 둘의 대립각을 통해 독립적인 삶을 얻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를 볼 수 있어서 책을 봤어.
  • 그리고, 이 희곡에서의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가정사와 대부분 일치해.
  • 그런 갑갑한 마음이 다시 이 책을 들여다보게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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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얻기 위한 대가를 치르는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 봤어.

어디가 인상 깊었어?

  • 당차고 자신감에 차 있지만, 능력은 부족할 뿐임에도 자신의 길을 선택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
  • 여느 감정격한 부모 자식간의 다툼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주인공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는 온갖 형태로 드러나거든
  • 여태까지 주인공이 나고 자라는데 쓰여왔던 돈의 출처
  • 부모말 잘 듣고 그 돈 물려받으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데 왜 나이와 시간을 허비하냐는 말들
  • 눈물 흘리려는 장면을 포함해 어떻게 감히 부모의 말을 무시하고 등을 질 수 있냐는 류의 말들
  • 단 한 순간도 딸의 말을 듣지 않았으며 들어보려 하지 않았음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상황들
  • 그 벽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세월 속에서 차분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고 갈 길을 가기로 선택하는 주인공이 멋있었어.
  • 나 역시 제 갈길을 가고 있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애초에 들을 생각도 없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냉정을 유지할 순 없었거든
  • 끝없이 화가 난 날들이 많았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몰라줄 수가 있나 싶어 좌절한 날도 많았어.
  •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균형감있게 말한 날들이 하루, 이틀 정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감정이 격앙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 대화 상대자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는 지에 따라 다르지만, 난 이 싸움을 17년 정도 이어오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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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됐어. 긍정적인 반전같은 건 없고, 아직까지 내 결론은 이랬어.

읽고 어떻게 느꼈어?

  • 갈 길 가야한다는 것.
  • 그 갈 길 가야하는 게 참 짜증날 정도로 어렵다는 거. 관계가 하필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이면 그렇게 된다는 것.
  • 신경쓰지 않는다 말하면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
  • 그런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10년이 되고 17년이 된다는 것.
  • 눈 떠보니 나는 나이가 꽤 들었고 과거에 비해 뭔가 바뀐 것 같긴 하지만 원하는 정도만큼은 아닌 애매한 지점에 와 있더라는 것.
  • 그렇다고 나이먹고 유해지는 것도 정도가 있지, 17년을 주장했는데 지금이라고 견해가 딱히 바뀌지도 않더라는 것
  • 희곡은 삶이 압축된 형태로 나타나지만 주인공도 매한가지더라는 것
  • 철없는 마음에 세상을 당차게 살고 싶은 치기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가더라는 것
  • 그 사람의 가치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살게 되지, 철없음을 깨닫고 갑자기 정반대로 부모의 의사에 종속되지 않더라는 것
  • 그 시점에서 깨달았어.
  • 설령, 정말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그 후회는 당사자의 몫이 옆에 한두사람이 뭐라고 말로 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걸
  • 그 말을 할 필요는 있지.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겉멋만 든 경우도 당연히 있을테니까.
  • 하지만, 그 사람의 나이, 성숙도와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일관되도록 주장하며 실천하는 무언가는 절대로 건드려선 안된다는 것
  • 부모든, 형제든,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람이든, 누구에게도 그럴 권리 같은 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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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을 벗어날 수록 상대의 손은 말라갈 거라는 것.

워렌 부인의 직업 – 책에서 뭘 봤어?

  • 삶을 산다는 건 참 더러운 일이라는 것.
  • 누구 등골 빨아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 삶을 소신껏 살아보겠다는 건데도 그렇다는 것
  • 인정은 커녕 욕은 안 먹어야 정상일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 협박, 회유, 철없는 인간 취급은 말할 것도 없고 내 의지를 꺾기 위한 온갖 지저분한 꼴을 봐야한다는 것
  • 문제는 그걸 하는 대상이 얼마든지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일 수 있다는 것
  •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 당신을 소유하고 싶은 부모, 당신이 일궈온 현재까지의 많은 것들에 배아파하는 절친의 가면을 뒤집어쓴 관계들
  • 뭐가 진짜이고 거짓인지 구분도 안가는 곳에서 조언이니 충고니, 세상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니 같은 말들이 비수처럼 날아올 거라는 것
  • 당신은 몇 번 현명하게 대꾸할 수 있을 것이고 때때로 격앙된 감정으로 의견을 강하게 나타낼 수 있을 거라는 것
  • 하지만, 결국 그것도 긴 인생에서 보면 한두번이고 입 다물고 조용히 갈 길 가게될 거라는 것.
  • 사람을 고쳐쓰네 마네 같은 소리를 할 필요조차도 없다는 것.
  • 만날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지만, 네 삶의 가치에 동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게 더 빠르다는 것.
  •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참 행운일 것이고, 못 만났다해도 억울해할 일도 아니라는 것.
  • 인생이 그런거고, 고독이 그런거라는 것도 자기 갈 길 가는데 어차피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
  • 이 모든 문장을 다 충분히 반복해서 겪었음에도 이런 글을 또 쓰고, 이런 책을 또 읽게 된다는 것
  • 이런 반복이 내 아둔함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마저도 안고 가려 노력할 거라는 것
  • 참, 인생 때로는 뭣 같다는 것.
  • 17년을 싸워왔고 여전히 싸워갈 거지만 참, 이런 점에서 인생은 쉽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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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꼬질꼬질 해질 지언정 내가 가야할 길은 바뀌지 않는데, 왜 봐주질 않는 걸까.
참 오랫동안 한 곳만을 본 것 같은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