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 wind, girl

동풍서풍 – 펄 벅 – 사랑이란

동풍서풍 – 소개

동풍서풍, 사랑하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는 게 사랑이래. 그 과정에서 견딜 걸 견디며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해.

한줄평

너의 모든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며 타인을 받아들임에도 기뻐하는 것이 사랑이다.

누가 읽으면 좋을까?

  • 사랑에 정의나 기준을 잡지 못한 사람. 여러 경험을 해보고 좋고 나쁜 추억 모두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헷갈리는 사람
  • 어느 지점에서 사랑이 피어나는지 궁금한 사람
choices, decisions, architecture
미로 안에 갇혀버린 듯한 사람들에게.

동풍서풍 – 언제, 왜 읽었어?

  • 사랑했던 사람과 3년 동안 동거하다가 헤어졌을 때. 그래서, 자기 자신이 [헤어진 남자]가 아니라 [이혼남]이라고 착각했을 때.
  • 육체관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떳떳하게 동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더 이혼남이라고 자학하고 싶었을 때.
  • 스스로 이혼남이라 족쇄를 채우고 이별에 대한 상처와 대가를 치를지언정 비겁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고 발악했을 때.
  • 그래서, 남들이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입으로 먼저 이혼남이라고 말하고 다닐 때
  • 하지만, 냉정해지고 돌이켜보니 상대방 가족을 만나본 적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 내 진정성이 문제가 아니라 결과만 봤을 때 나는 전 남친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 위와 같은 자학이 2년쯤 지나 상처가 회복되었을 때. 그저 전 남친에 불과했다는 걸 그럭저럭 받아들이게 됐을 때.
  • 그 때, 사랑이 대체 뭐길래 다름 아닌 나 스스로 무거운 짐을 지고 가게 하나 싶어 궁금한 마음에 읽어봤어.
  •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이 있어.
  • 사람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해서 각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그 감정에 부합하는 책을 장마다 한 권씩 권해주는 책이야.
  • 동풍 서풍은 그 중 [사랑]이라는 장에서 추천된 책이야.
  • 누구나 말하지만, 타이틀로 다루기에 사랑만큼 어려운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꼭 읽어보고 싶었어.
  • 읽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지는 꽤 길었지만, 알라딘 중고 서적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어.
  • 그렇게 찾아 다닐만한 가치가 있었던 좋은 책이었어
반대 방향으로 누워있어도 한 곳을 보는 느낌이 좋았어. 사진처럼 나도 그랬던 것 같아.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나. 완전히 사랑한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어.
  • 책에서 얻은 메시지는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기 자신을 버리고 변했감에도 전혀 후회하지 않고 기뻐하는 상태]를 사랑의 기준으로 보거든.
  • 그런데, 연애와 동거를 포함한 3년을 보면 가슴 터지게 사랑했다는 느낌은 분명히 들어.
  • 하지만, 그에 비해 내가 그 사람을 위해 뭘 버렸는지가 잘 떠오르지 않아.
  • 이를테면, 상대는 나보다 나이가 워낙 많은 사람이었어.
  • 그래서, 내 주변에 또래 여직원 동료들을 많이 경계해서 그런 주변 사람들과 철저히 거리를 유지했어.
  • 관계가 의리 이상으로 넘어가면 칼같이 끊었고.
  • 개인적으로 공평한 관계, 내로남불이 전혀 없는 관계를 선호하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상대방을 3년 동안 잘 만나왔지.
  • 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이전이라면 심할 경우 내게는 충분히 이별 사유가 될법한 일들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
  • 특히, 정리되지 않은 전 애인과의 잔여 감정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편이야.
  • 그런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아무리 호감이어도 사람과의 관계를 즉시 차단하는 편이고.
  •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지 않았어.
  • 아, 완전히 사랑한 게 맞네. 죽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두 가지를 수차례나 어겼는데도 3년 동안 사랑을 잘도 이어왔구나.
헤어질 땐, 나 혼자 헤어지는 거야.

독자님께 뜬금없이

  • 고마워 독자님.
  • 나도 내가 이랬다는 걸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깨닫게 됐어.
  • 단편적인 것들이야 기억나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 볼 기회는 없었으니까.
  • 동풍서풍을 읽을 때만 해도 상대를 이렇게 사랑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어.
  •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메시지들을 얻을 수 있었어.
  • 그리고, 여기에 마치 내가 이런 손해를 감수했다는 듯 잘난체하는 뉘앙스가 담겨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
  • 단지, 그 사람은 왜 나와 같이 행동해주지 않을까 속이 상했을 뿐이었어.
  • 그리고 상대방이 완전히 지우지 못한 체 잔여 감정을 남겼던 대상을 할 수 있다면 부숴버리고 싶었어.
  • 하지만, 그 외에는 그저 사랑했어. 함께해서 좋았어.
  • 내 눈에 우리가 부부여서 좋았어. 그 외에 어떤 찌꺼기 감정도 없었어.
veil, white dress, young woman-1486238.jpg
우리는 상대에게서 나를 찾으니까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사랑을 위해 자기가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을 통째로 뒤엎는 행동을 하는 것.
  • 그저 용기 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사람에겐 세계관이고 너무 당연한 삶을 바꿔나간다는 것.
  • 자기 자신의 삶에선 이해를 할 수 없는 영역인 일을 사랑으로 시도하는 것
  • 여러 조언과 대화를 듣지만, 기꺼이 자신의 결정으로 그 변화를 선택하는 모습.
  • 그리고 선택한 것에 낯설어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
  • 자신이 용기 내어 선택한 낯설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점차 스스로가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
  • 사랑을 하면 나타나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들인데 이 책이 보여주는 구도가 단순하지만 예뻤어.
  • 제목처럼 동양과 서양이 만났을 때의 과도기를 볼 수 있었어.
  • 그리고, 두 문화 충돌이 사랑하고 얽혔을 때 모습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한테 쉽게 보여줘서 좋았어.
한 방향으로 집중하면서 갈등이 생기지만, 갈등이 풀리고 잘 섞이면 “우리”가 되더라.

동풍서풍 – 책에서 뭘 봤어?

  • 건방지게 아프지 않게 이별하려는 생각 따위 하지 않는 내가 기특했어.
  • 나는 정말 깊이 사랑하고 헤어진 다음에 주변에서 이제 그만해, 그만 아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편이거든.
  • 사랑할 때는 죽고 못 살 것처럼 굴어 놓고, 그 사람들 말 한마디에 괜찮아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 헤어지고 나니까 깔끔하게 잊는 다거나 상처가 남지 않는 듯한 모습, 이별로 인한 고통을 외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면 무책임하다고 느끼는 편이야.
  • 사랑할 때도 그렇게 절실했으면 이별도 미안하지만, 그와 비슷한 강도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 이 책에서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아.
  • 하지만, 사랑에 보이는 소설 속 인물들의 태도를 보고 내가 보여온 자세가 어떤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
  • 그리고, “내가 절대로 내어줄 수 없다고 말했던 가치를 내어줄 수 있는가?”가 사랑을 가늠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어.
  • 이 책을 본 이후에 나는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할 때 이 배움을 적용해보곤 해.
  • 예를 들어, 정말 아끼는 물건이 그 사람에게 줄 선물로 잘 어울리지만, 추억이 남아있는 물건이라 주는 게 쉽지 않을 때를 생각해.
  • 그때, 오히려 그 물건을 더 정성껏 포장해 줄 수 있는지 나 자신을 관찰하게 됐어.
고요하게 흘러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야.

알게된 점으로 돌이켜보니

  • 힘들더라도 강한 사람은 먼저 선택하고 발은 내딛는 사람이란 걸 배웠어.
  • 소설 속에서 자신이 성장해 온 환경에 얽매여 있었음에도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는 것만으로 후련해져가는 모습을 봤어.
  • 편견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를 잊고 함께하기 위한 선택을 더 용기 있게 하는 사람이 더 편안해지는 걸 봤어.
  •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 거지만, 용기 내며 선택하고 앞을 향해 가는 건 결국 그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니까.
  • 두 사람이 나눈 사랑 속에서 자신만이 내려야 할 결정을 용기 있게 내릴 수 있다면 분명 더 나아질 수 있거야.
  • 그런 사랑이라면, 설령 이별한 뒤에도 잘못된 미련을 남기지 않고 더 성숙해질 있을 거라 생각했어.
  • 내가 그렇게 용감하게 사랑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
  •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실컫 아프고 나니 편하게 과거를 돌이킬 수 있게 됐어.
  • 많이 사랑한 만큼 성숙하게 감정을 정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 실컷 사랑해 놓고 나중에 상대를 욕되게 하는 거, 추하니까.
  • 제대로 사랑하길 참 잘했어. 이 문장을 쓰고 사랑이 끝날 무렵을 돌이켜보니, 나 추했네.
sky, clouds, cumulus-2680050.jpg
그때만해도 빛이 너무 멀리 있었거든

책을 읽고 “사랑”에 대해 내가 정의한 것

  • 20.06.08 (동풍 서풍을 읽은 후, 챕터도 다시 읽고 난 후) :
  •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인을 받아들이며 변화해 나가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