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 이반 투르게네프 – 노예가 가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무무 – 소개

무무, 침묵하며 시키는 데로 잘 따라도 저항을 해도 결국 모든 의지는 그 주인이라는 놈들의 맘대로 결정되지. 그게 노예의 삶이야.

한줄평

오로지 독립된 사람만이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누가 읽으면 좋을까?

  • 자립하고 독립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 (경제적이든 심정적이든).
  • 이미 독립해 살아가며 자신감을 가졌지만 그러기에 견뎌야 하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알고 있는 사람들.
  • 현대인 모두.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동등한 둘이라는 게 가능한 걸까?

왜 읽었어?

  •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이 있어.
  • 사람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해서 각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고 그 감정에 부합하는 책을 장마다 한 권씩 권해주는 책이야.
  • 투르게네프의 책은 그 중 [비루함]이라는 장에서 추천된 책이야.
  • 책을 떠나서, 강신주 작가에게 인상 깊었는지 이 책은 여러 강연에서 많이 언급돼.
  • 노예는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너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 워낙 여러 강연에서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이미 읽기 전부터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찾아 읽었어.
  • 책 장의 이름처럼 비루함이라는 감정이 어떤 건지 궁금하진 않았어.
  • 하지만, 강신주 작가의 설명에 나오는 노예라는 말과 독립이라는 말이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단어였어.
  •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그 노예의 심정과 같은 감정을 안고 살아왔다고 느꼈어.
  • 꼭 누구 밑에서 종으로 일하는 게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독립하지 못한 것에 답답함이 많았어.
  • 그래서, 언제가 되었든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
  • 책을 찾고난 후, 그날 마시던 커피를 다 마시기 전에 전부 읽은 기억이 나.
이런 환경이라도 독립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

무무 – 언제 읽었어?

  •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있었어. 근데, 돈 때문에 지켜주지 못했어.
  • 어차피 사랑하는 감정은 충만하니까 계속 사랑 표현하는 것도 늘 하니까 그런 거 말고.
  • 이 힘든 세상에서 경제적으로, 남자로서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러기는 커녕 내 비루함도 해결하기 급급했어.
  • 대학교를 입학한 이후부터 사회적으로 이루고 싶은 커리어 목표 말고 내 인생 목표는 단순했어.
  • 경제적으로 100% 독립하는 것.
  •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꿈이었는데도 부모한테 돈 한 푼을 얻어 쓰는 게 어찌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몰라.
  • 빈말이 아니었어. 기를 쓰고 장학금을 받아 이바지하려고 했어.
  • 공부 잘한다 자랑하고 싶은 생각보다 집에 민폐 끼치는 게 질색이라는 생각이 더 컸어.
  • 오랜 세월을 이 악물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보니 더 바보 같은 게 꿈이 교수였어.
  • 부모한테 의지해도 될까말까한 꿈을 꾸면서 경제적으로 100% 독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다니.
  •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없을 때가 있어.
  • 개인적으로,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위해 여러모로 내게 독립이라는 말은 참 꿈 같은 말이었어.
  • 말만 뱉어도 기분 좋아지는 마법의 단어였고.
  • 그만큼 더 갈증 났고. 그 갈증이 내 현실 만큼 커졌을 때 읽었어.
  • 그리고 독립해서 당당히 이루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히 잃었을 때 이 책을 읽었어.
the princess, forest princess, lost in the forest
Lost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난 노예가 맞았어. 독립하지 못한 것도 맞았어.
  • 냉정한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구멍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어. 난 소중한 어떤 걸 가지기엔 너무 나약했어.
  • 세상에 거짓말한 적 없었다고 생각해. 분명히 용기 내어 맞섰다고 생각해.
  • 도망치기보다 늘 도전해왔다고 생각해.
  • 대학을 입학한 이래로 10년 이상 동안 그런 방향성을 유지해왔다고 의심치 않고 말할 자신이 있어.
  • 하지만, 나는 독립하지 못했어. 내 것을 갖겠다고 주장하기엔 반발이 너무 많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은 힘이 있었어.
  •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 싸웠지만 졌어. 반복해서 싸웠지만, 평행선 이상을 그려내지 못했어.
  • 더 나약해져서, 소중한 걸 내려놨어. 누구의 말과 지시가 아니었어. 내 손으로 내린 결정이었어.
  •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 엄두도 내선 안 되는 걸까? 한번 다치면 너무 아프고 어차피 또 잃게 될 테니 욕망을 내려놔야 하는 걸까?
  • 힘을 갖기 전까진 어떤 것도 갖지 않겠다. 다짐하면서도, 밤이, 새벽이 지날 때면 외롭고, 지치고, 사람이 고픈데.
  • 정말 보지도 말고 등을 돌리는 게 맞는 걸까?
  • 힘을 얻어 강해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사람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가져선 안 되는 걸까?
  • 내 몸과 머리로는 “안돼”가 답이라고 생각해.
  • 다음에 어떤 목표를 보든, 열정을 가질 어떤 사람을 만나든 같은 문제는 항상 비슷한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날 거로 생각해.
  • 그런데, 이미 저런 좌절감을 겪은 지 2년이 넘도록 혼자서 이루려 노력해도 아직 길이 너무 멀기만 해서 지칠 때가 많아.
  • 홀로 된 지 오래된 만큼 작은 다정함만 받아도 금방 설레곤 해.
  • “안돼”가 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가급적 독립을 이루려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어.
  • 똑같은 고통을 겪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변하고 성장해가는 길을 걷고 싶어.
  • 실패해본 만큼 더 잘 다스려가며 결국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어.
  • 외로움을 견디는 건 내 삶에서 본의 아니게 익숙해진 일이야.
  • 하지만, 당장 내가 강하고 누구를 지킬 수 없다 해도 세상에서 혼자 거리를 두며 사는 건 그만하고 싶어.
  • 더 고통받고 싶진 않지만, 가야 하는 길이 고통스러울 게 뻔하다면 제일 아픈 길로 먼저 가고 싶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외로운 건 이제 익숙해. 그러니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거야.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무무>에서 노예는 소중히 여기는 모든 걸 잃어.
  •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았고,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생겼을 뿐이었어.
  • 노예는 많은 걸 사랑하지 않았어. 사랑한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바보처럼 순수하게 사랑을 줄 수 있었어.
  • 그것뿐이었는데 너무 쉽게 잃었어.
  • 노예가 힘이 없는 걸 탓하고 싶지 않아.
  • 허망함을 딛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떠나는 노예의 마음을 모르지도 않아.
  • 하지만, 내가 바라고 원하는 데로 될 수 있다면, 나는 그 노예가 떠날 때의 허망함을 절대 느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 모든 걸 두고 가는 노예의 발자국이 눈에 선해서, 나인 것만 같고 나일 것만 같아서 책을 덮을 때 힘겨웠어.

무무 – 책에서 뭘 봤어?

  • 사회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도 알겠고, 시대가 어려워 삼포든 사포든 그 이상을 포기하든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삶인것도 알겠어.
  • 하지만, 그럼에도 난 내 인생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방향을 향해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
  • 정서적으로 노예라 느끼더라도 노예에 머물러 있는 걸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 설령, 삶에 끝에 가서 실패한다 해도 자립을 위해 노력하다 실패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어.
  •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런 말을 해도 아직 자세히 모르겠어.
  • 하지만, 적어도 난 이런 노력을 멈추지 않고 살다 죽을 자신은 있어.
  • 현실은 책을 보고 느낀 것처럼 내 환상보다 항상 처참했어.
  • 이런 다짐하는 문장들을 적었던 게 한 해 두 해 전이 아닌야.
  •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독립하지 못했고 그게 지금 내 현실이니까.
  • 하지만, 이 삶을 기필코 뒤집었으면 해.
  • 미래의 내가 지금 이 글을 쓸 때의 나처럼 조금 얻어맞았다고 주저앉지 않길 기도해.
fantasy, portal, goal
네가 보지 못할 뿐 빛이 이미 내리쬐고 있을 거라 생각해.

책을 읽고 “비루함”에 대해 내가 정의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