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다르크 – 조지 버나드 쇼 – 야, 잔 다르크 너 사회생활 할 줄 몰라?

주의:

  • 해당 도서의 원제는 [Saint Joan 혹은 세인트 죠운]입니다.
  • 하지만, 잔 다르크라는 이름이 더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재 콘텐츠에선 이것으로 제목을 대체했습니다.

잔 다르크 – 소개

잔 다르크, 신으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았던 사람. 그래서 전장에서 기적을 일으키고 위기에 빠진 프랑스를 구원한 것도 맞는 사람.

하지만, 그로 인해 신과의 직접적인 연결성을 주장하며 본의 아니게 교황청을 포함한 왕권과 기존 제도를 깡그리 무시해버린 사람.

그 외에 전쟁 상황에 그녀로부터 도움을 받고 사회 각 영역에서 활발히 생활하지만 다소 부족함은 있는 사람들.

적당한 현명함, 적당한 아둔함을 갖추고 있고 재능은 각자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평범한 사회인들.

신의 명령을 직접 듣는다는 잔 다르크의 명분으로 인해 밥그릇이 다 뺏기는 것은 물론 존재가치가 없어질 뻔한 사람들이 보이는 대환장 드라마

한줄평

살아생전 네 도전과 노력을 인정받고 싶다면 사회의 언어도 어느 정도는 익혀라.

누가 읽으면 좋을까?

  • 자기 갈 길 가는 사람들: 하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길을 걷는 전반의 사회인들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이 혼자 갈 길 가는 사람들
  • 타협을 허락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부분은 듣고 아닌 부분은 무시하면 되지만 그게 쉽지 않은 사람들
  • 맞는 건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들: 외부 압력, 사회적인 목소리에 기가 눌리기보단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들
  • 사회에서의 성공보다 자기 개인의 목표 달성이 더 중요한 사람들: 그 목표가 돈이 아닐 수 있는 사람들
  • 강한 신념으로 인해 타인과 현실적 논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하지만, 그 신념을 타인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진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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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짓는 법을 잊어버린 론울프 (lone wolf)들에게

왜 읽었어?

  • 버나드 쇼는 “우물 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더 친숙한 극작가야.
  •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읽은 지는 10년 정도 됐어. 이 책을 포함해 내가 앞으로 올릴 모든 버나드 쇼의 작품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읽었어.
  • 이 사람의 저서 중 하나의 책을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건 17번 이상 이었던 걸로 기억해. 그 이상 반복한 다음부터는 몇 번 읽었는 지 새는 걸 포기했어.
  • 10년 전에 나는 노력 끝에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적응을 못해 방황하고 있었어. 그 때 이 사람을 알게 됐어.
  • 대개 대학원 전공이 그렇듯 그 학문 분야 사람들 빼고는 알지도, 알 필요도 없는 아주 미시적인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돼.
  • 그리고, 그 일 하나에 온 힘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함을 느낄만큼 지난한 공부 과정이지.
  • 버나드 쇼는 그 반대로 내가 아는 한 가장 팔방미인형 인물이야.
  • 런던 정경대의 설립자 중 한사람이기도, 국회의원이며,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기도 해.
  •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받은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다방면의 성과를 보면서, 그리고 신랄한 문체 때문에 빨려들듯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 삶에 제 1순위로 영향을 준 작가라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어.
  • 내 인생에 단언컨대 가장 큰 영향을 현재까지도 주고 있는 사람이야.
  • 국내에서 출판된 번역본 – 발번역 서적까지 포함해서 – 사실상 전부를 다 가지고 있어.
  • 그리고 여전히 갑갑한 마음이 들 때마다 책을 다시 읽고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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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나드쇼는 그림처럼 초자연적인 어떤 에너지 덩어리 같은 느낌이었어.

잔 다르크 – 언제 읽었어?

  • 난 삶이 너무 팍팍할 땐 버나드 쇼의 책을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어.
  • 그래서, 워렌 부인의 직업 이래로 쭉 읽어나가고 있어
  • 번역 수준이 높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수년 전에 읽었어도 스토리 핵심이 머릿속에 남을 만큼 기억나는 작품이야.
  • 특히, 나는 버나드 쇼 특유의 세계관을 비틀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날 선 비판을 하는 모습에 매력을 많이 느껴.
  • 이제는 반복해서 읽어 버나드 쇼가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더 합리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지게 됐지만, 현실과 부딪힐 땐 또 다르니까.
  • 지쳐서 느리게 걷든, 열정에 휩싸여 빠르게 걷든 삶에서 벽을 마주하거나 도전에 지칠 때 나는 버나드 쇼를 자주 읽어.
  • 이제는 자주 읽을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이 사람의 가치관이 내 삶에 많이 깃들어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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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구름낀 곳에서 성을 짓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추천할 만한 작가야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상징적으로 [깔 게 없는] 여전사 잔 다르크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회적 또라이로 희화화 시켰다는 점.
  • 그런데도 그 희화화로 말미암아 당시의 지식이 있는 사람부터 그 당시 상황적 배경에 갇혀 있는 인물과 시대 전체를 깠다는 점.
  • 그 비판의 메시지가 현대 독자의 눈으로 봤을 때도 세련되고 보편적이라는 점. 그래서 시대를 넘어 공감대 형성이 된다는 점.
  • 이 희극에서 잔 다르크는 그녀 개인적으로는 영웅적이며 주님의 손과 발이 된 헌신적인 사람이 맞아.
  •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녀는 신이 당연한 시대에서 그 신의 목소리를 전파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만든 종교 조직을 깡그리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
  • 당연히, 고의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무시하지 않아. 자연스레 자신의 신념의 목소리를 따랐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상황이 흘러가지.
  • 사회적으로 충분한 기간에 경력을 쌓고 훈련받아온 사제와 관련자들 입장에서 그녀는 듣도 보도 못한 굴러온 돌일 뿐이야.
  • 그런데도 그녀는 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누가 봐도 기적을 일으킨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 당시 시대에서 짬밥도 있고 나름의 현명함도 갖춰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잘 해왔던 사람에게 그녀가 어떻게 보였을까?
  • 작가는 이런 방식과 구도로 잔 다르크의 영웅적 성과보다는 그놈의 영웅 한 놈 때문에 겪게 된 사회적 진통을 보여줘.
  • 그 진통 속에서 갈등을 지극히 인간 세상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합리적인 노력이 결국 각자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도록 구도를 짜.
  • 쉽게 말해, 이 희곡 속에 모두는 각자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결과는 환장할 정도로 요지경이 돼.
  • 그리고, 현대 사회 곳곳에서 이런 아이러니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과도 아주 잘 연결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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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일지, 끝이라는 이름의 시작일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이 예상한 그 끝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너의 최선은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을 넘어 너무나도 네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
  • 네 신념이 남에게 왜곡 없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하는 건 약한 수준의 정신병과 같은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
  • 결국, 너무나도 확고한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건 결론이 좋든 안 좋든 그 길을 걸을 것인지 여부뿐이라는 것
  • 당신의 결정을 내릴 당시에 확신에 찬 결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든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결론 지어질 수 있다는 것
  • 설령, 당신이 원하는 것을 노력한 끝에 얻었다 해도 그때의 소감과 상황은 생각과 꽤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 따라서, 당신은 원하는 어떤 결론 보다는 가고자 하는 그 길이 걸을 가치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 그 결과가 참 중요한 게 맞음에도, 길을 걷기로 시작한 이상 그 길의 끝 보다는 그 길의 방향과 똑바로 걷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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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걸어가는 과정에서 빛을 항상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

잔 다르크 – 책에서 뭘 봤어?

  • 너 혼자 신념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
  • 성과가 떨어지고, 너보다 못해 보일 수 있지만 각자 자기 삶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안고 살아간다는 거
  • 그렇기에 소통을 무시할수록 너는 고립될 뿐이라는 것. 그런 무시는 장인정신과는 다른 아집일 뿐이라는 것
  • 너 자신을 표현할 땐 보편적 사회에서 이해될 수 있는 언어로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버릇하는 것이 좋다는 것
  • 아쉽게도, 보편적으로 설명하거나 받아들여질 수 없는 길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 그런 사람들에게 삶은 하나의 고행과도 같아 보여서 안타깝지만, 그 길을 잘 걸어가길 바랄 뿐이라는 것
  • 아마 소통하기에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것.
  • 고명한 예술가들에게 보이는 것처럼 사후에나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가 당연히 있겠다는 것
  • 당신이 그런 경우라면 적어도 당신이 걷는 길 한 걸음, 투자하는 하루하루를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것
  • 당신이 걷기로 정한 길에서 성공하는 게 최고지만 얼마든지 그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길을 걸었으면 한다는 것
  • 그러니 결과에 상관없이 그 가치를 알아봐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격의 없이 논의하며 당신의 삶을 즐길 줄 알았으면 한다는 것
  • 혼자서만 모든 것을 다 하려는 태도는 훌륭하지만, 그 훌륭한 자세로 다른 이와도 어울릴 수 있다면 더 좋을 거라는 것
  • 그 와중에 당연히 배신과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뒤따르겠지만 홀로 고여있진 않았으면 한다는 것
  • 알아주는 이 없이 혼자만의 영광과 만족이 과연 무슨 소용이겠냐는 것
  • 돈을 받든 재능 기부를 하든 나누지 않고 오로지 혼자서만 누리는 행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
  • 행복을 나누려 시도한들 당신의 깊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곁에 있다면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
  • 그러니, 최소한의 소통이 되도록, 당신의 길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이 되도록 나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방식이길 바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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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만나면서, 너무 외롭지 않게 잘 걸어가길 바래. 그래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