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인간 – 조지 버나드 쇼 – 관점 차이라고 하기엔 너무한 시선 차이

무기와 인간 – 소개

무기와 인간, 전쟁은 배고프고 사람을 구질구질하게 만들 뿐인데, 국가와 사회는 성전이니 뭐니 하는 대의명분을 끼워 넣어 불굴의 전사 취급을 하지.

스친 총알에 살갗이 조금만 스쳐도 피가 철철 흐르고 영웅적인 총격전은커녕 조금만 걸어도 배고파 먹을 것 생각이 간절할 뿐인데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낭만 문학과 판타지 도취해 나의 아내, 나의 연인은 군인을 영웅적 전쟁의 결정체로 그리며 사랑을 키워나가지. 오~ 내 사랑을 외치며.

인간 세상 대부분이 그래, 사랑을 붙잡는 모습도 그래. 로맨스로 표현되지만, 전략과 뒷공작이 판을 치지.

한줄평

사랑하는 것을 위해 너의 삶의 수준을 낮춰가면서까지 그 사랑하는 것에 직접적으로 눈 맞출 수 있을까?

누가 읽으면 좋을까?

  • 감정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들: 공감대의 소중함을 알고, 상대의 말을 그저 들어주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
  • 하지만, 아주 냉정한 현실을 일부 외면하는 사람들: 감정이 중요하기에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날 것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는 사람들
  • 정반대로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 행동과 말의 일치 여부, 그것들의 실행 가능성 유무를 칼같이 바라보는 사람들,
  • 그 외의 수사적인 표현이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것은 물론, 철저히 상대에 맞춰 원하는 이익을 취하는 것을 균형 잡힌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
  • 자기가 원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 다소 현재의 모습과 거리가 있더라도 자신이 정한 이상향을 미래의 이뤄질 현실로 보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들 목표에 맞춰 자신의 현재를 설계하고 그에 따라 행동거지를 정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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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한 삶은 칼이야? 꽃? 아니면 사과나 호두?

왜 읽었어?

  • 버나드 쇼는 “우물 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더 친숙한 극작가야.
  •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읽은 지는 10년 정도 됐어. 이 책을 포함해 내가 앞으로 올릴 모든 버나드 쇼의 작품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읽었어.
  • 이 사람의 저서 중 하나의 책을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건 17번 이상 이었던 걸로 기억해. 그 이상 반복한 다음부터는 몇 번 읽었는 지 새는 걸 포기했어.
  • 10년 전에 나는 노력 끝에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적응을 못해 방황하고 있었어. 그 때 이 사람을 알게 됐어.
  • 대개 대학원 전공이 그렇듯 그 학문 분야 사람들 빼고는 알지도, 알 필요도 없는 아주 미시적인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돼.
  • 그리고, 그 일 하나에 온 힘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함을 느낄만큼 지난한 공부 과정이지.
  • 버나드 쇼는 그 반대로 내가 아는 한 가장 팔방미인형 인물이야.
  • 런던 정경대의 설립자 중 한사람이기도, 국회의원이며,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기도 해.
  •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받은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다방면의 성과를 보면서, 그리고 신랄한 문체 때문에 빨려들듯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 삶에 제 1순위로 영향을 준 작가라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어.
  • 내 인생에 단언컨대 가장 큰 영향을 현재까지도 주고 있는 사람이야.
  • 국내에서 출판된 번역본 – 발번역 서적까지 포함해서 – 사실상 전부를 다 가지고 있어.
  • 그리고 여전히 갑갑한 마음이 들 때마다 책을 다시 읽고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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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나드쇼는 그림처럼 초자연적인 어떤 에너지 덩어리 같은 느낌이었어.

무기와 인간 – 언제 읽었어?

  • 난 삶이 너무 팍팍할 땐 버나드 쇼의 책을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어.
  • 그래서, 워렌 부인의 직업 이래로 쭉 읽어나가고 있어
  • 버나드 쇼 희곡의 특징은 분량에 개의치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어떤 주제로 책을 쓰든 군더더기 없고 할 말만 해.
  • 주제가 아주 명확하고 그걸 대놓고 드러내. 인물 하나하나를 일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아주 비틀어놔서 쉽게 알 수 있게 하지.
  • 그 덕분인지 때때로 버나드 쇼의 책에서 나오는 인물을 보면 팀 버튼의 캐릭터만큼 독특한 감성을 자주 느껴
  • 하지만, 팀 버튼에 비해선 더 현실적이고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더 정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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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같기도,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해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전쟁을 겪은 자와 지켜보고 기다리는 자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도 크더라는 것
  • 전쟁의 참상을 알고 모르고는 말할 것도 없고 모르는 입장에서 갖는 망상이 너무 크더라는 것.
  • 밥 먹고 자야 하는 일상을 못 벗어나는 사람들이 군인으로 묶여 죽고 싸우고 무거운 들고 걸을 뿐인데 거기서 판타지를 찾더라는 것
  • 그래서, 고통스럽고 힘든 노가다가 기본이라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쟁 성과나 자신들이 그리는 전쟁의 방향성을 논하기 바쁘더라는 것
  • 그 전에 사람이 죽어가는 건 그냥 “나쁜 상대편 놈들도 그러니까”라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지더라는 것
  • 그런 시대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표현이라는 것도 우습더라는 것
  • 이해득실과 계산속이 다 깔린 상태에서 시작하고, 정작 감정을 분출한 대상은 따로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
  • 너무나도 대부분이 그리 하다 보니 적당한 불신도 당연하더라는 것
  • 이것저것 밑밥 다 깔아놓고 하는 사랑이 보여줄 수 있는 해프닝이 자연스레 드러나더라는 것
  • 그런 게 전쟁과 인간의 삶이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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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말만 듣고 그에 맞춰 생각하면
그게 곧 그들의 현실이 되더라는 것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로맨스와 감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 그래서, 날 것 같은 현실 속에서 사람으로서의 감성적 측면이 필요할 때 부분적으로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 그저 현실적인 것과 그저 감정적인 것 중 어느 것도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현실적일수록 생존 가능성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는 것
  • 그 현실은 당장의 처지에 맞춰 생활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게 꼭 전부는 아니라는 것
  • 고통이 크겠지만 자기가 되고 싶은 현실에 맞춰 바꿀 수 있는 영역을 하나씩 다르게 행동해나감으로써 시도하는 것도 현실적인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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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걸 선택하든 그 선택이 적어도 당신의 현실이 되는 거니까

무기와 인간 – 책에서 뭘 봤어?

  • 루카라고 하는 한 여자 하인을 봤어. 이 캐릭터가 희곡 전체를 대변하진 않지만 내게는 임팩트가 가장 컸어.
  • 그래서, 주제를 찾는 것을 떠나 독자로서의 재미를 깊이 느낄 수 있었고 내 나름대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어.
  • 나는 이런 식으로 꼭 저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도 읽는 작품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 그건 나처럼 여러 캐릭터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특정 장면이나 상황이 될 수 있지.
  • 중요한 건 그 메시지를 통해서 내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그 변해가는 과정은 내 삶의 방향과 맞는지 일 거라고 생각해.
  • 그런 면에서 버나드 쇼의 캐릭터 구성은 좋아.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가 아주 분명한 색을 드러내고 심지어 과장되어 있어서 당신을 헷갈리지 않게 하거든
  • 루카는
  • 하녀로 일하고 있지만 자기를 노예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사람
  • 주인들이 시키는 말을 따르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을 돕는 자기 일이지 스스로가 그들보다 낮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사람
  • 그래서, 주인들의 위선적인 면모를 보고 직접적으로 그들을 거스르진 않더라도 은근히 까탈을 부리며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 하녀지만 노예 의식을 갖고 있지 않기에 신분 차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사람
  • 그래서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수작을 걸어도 행동거지에 제재를 걸 수 있는 사람
  • 하지만, 행동과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
  • 그 사람을 얻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충분히 동원하는 사람
  • 그래서 하녀지만 진정으로 노예가 된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는 사람
  • 이야. 난 내가 늘 이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늙어가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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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하거나 과한 표정일 필요 없이 적절한 수준으로 당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