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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진짜 벌에 대하여

죄와 벌 – 소개

죄와 벌, 어차피 저지른 시점부터 네가 다 치르기전까진 그거 안 사라져. 절대로.

한줄평

적어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죄는 순간이나 벌은 세월이다.



누가 읽으면 좋을까?

  • 의도가 정의로우면 때로는 죄를 지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 그래서 설령 잘못했어도 스스로만 떳떳했으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 자신이 직접 악을 처벌하고 싶은 사람들
  • 법을 벗어난 참교육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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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동을 직접하고 싶어 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

왜 읽었어?

  •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이 있어. 사람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해서 각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그 감정에 부합하는 책을 장마다 한 권씩 권해주는 책이야. 그중에 [분노]이라는 장에서 추천된 책이야.
  • 생각해보니 독서 좋아한다는 놈이 도스토옙스키도 한 번 안 읽었더라고
  • [분노]에 관련된 장이기도 했지만, 저자가 살아온 삶이 격렬한 걸로도 유명해. 그런 삶을 겪은 사람이 글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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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정신을 갖고 꾸준히 도전해 온 사람의 글을 읽고 싶었어.

죄와 벌 – 언제 읽었어?

  • 언제라고 할 만한 게 없었어. 단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게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읽다 중단하고 바로 집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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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여러 책을 두고 아니다 영 아니다 싶으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거든

어디가 인상 깊었어?

  • 그럴듯한 이상에는 꽤 하찮은 자기변명과 현실 도피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
  • 많은 이 책을 추천한 명사와 저자, 그리고 역자들은 보통 젠틀하게 [주인공의 처지와 이상 사이의 괴리]로 주인공의 상황을 설명해. 그리고는 선과 악이라는 행동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다루는 식으로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설명하는 편이야.
  • 그들 대부분의 서평과 내용에 수긍하지만, 책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려 노력하며 더 큰 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게는 너무 단순한 설명이었어.
  • 이 책을 소화하고 체화하려는 입장에서 봤을 때 주인공은 그저 현실을 외면한 사람이야.
  • 자신의 당장 실천될 수 없는 야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람이지.
  • 나와 다른 저자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주고 이 책을 사서 봤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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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예뻐도 조화는 조화일 뿐이야.

읽고 어떻게 느꼈어?

  • 주인공을 말리고, 붙잡고, 함께 동화됐어. 도스토옙스키는 격렬한 삶만큼이나 격렬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었어.
  • 감정과 묘사가 많음에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해석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아주 정확하게 칼로 찌르듯 글을 썼어.
  •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내용을 읽으며 내가 살면서 지었던 죄를 반추해보게 되었어.
  • 그 죄를 어떻게 씻었는지, 씻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어.
  • 모든 독자가 같은 마음을 가지며 읽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죄와 벌은 제목대로 죄와 벌에 대한 소설이야.
  • 이 책을 애초부터 외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읽고 나서 무시하기는 몹시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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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이미 찔렸다는 느낌을 받았어.

죄와 벌 – 책에서 뭘 봤어?

  • 죄는 한순간이었어. 하지만, 그 이후에 주인공의 죄책감과 정신착란은 책 전체를 거쳐서 에필로그가 끝날 무렵까지 계속 이어졌어.
  • 관계 법망의 조여옴도 사건 조사자의 수사 압박도 모두 주인공의 근심과 불안, 그리고 내적 공포보다 크진 않았어.
  •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자괴감 수기에 가깝다고 봐.
  • 죄는 순간이었어. 하지만, [속죄되는 시점까지] 그 죄는 벌이 되어 주인공을 따라다녔어.
  • 책 말미에서 주인공에게 자수를 권유하거나 죄를 시인하도록 몰아붙이는 존재들이 있지.
  • 하지만, 그 부분을 포함한다 쳐도 이 고통의 시작과 끝은 주인공 마음 속에서 시작했어.
  • 그리고 격한 고통에 죗값을 치를 때까지 시달린 주인공이 결국 벌을 청산하는 계기는 사랑이었어.
  • 하지만, 그 사랑이 적어도 내가 읽었을 때는 너무 크고 숭고해서 과연 저런 사랑이 존재는 할까 싶었어.
  • 내가 비관적인지 아닌지 잘 몰라서 그러니 읽고 함께 생각해봐 줄래? 책 안에서 표현된 사랑은
  • 1) 그 사람의 입장에서 헤아려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도 수년에 걸쳐서 하지 않으며 그런 기미와 티조차 전혀 내지 않았고
  • 2) 그 사람에게 어려운 결정이라도 명료하게 말하되 그 사람이 직접 행동하는 그 순간까지 고통과 두려움을 감수하며 끝없이 기다려주고
  • 3) 자신의 시간과 삶을 녹여내며 그 사람의 벌이 녹아내릴 때까지 자발적으로 감내했고
  • 4) 그 사람이 긴 시간 끝에서야 반성을 느끼고 진실한 사랑을 고백했을 때 그 세월 끝에서도 기꺼이 사랑에 감동하며 받아들여줬어.
  • 연애 감정에서의 사랑 말고, 자기 삶을 바쳐가며 한 사람의 꽃 피움을 위해 기꺼이 감내하는 사랑, 내 평생에 해볼 수나 있을까?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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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짐작도 안 되는 우주에서 사랑한다는 시그널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있었어.

책을 읽고 “분노”에 대해 내가 정의한 것

  • 책을 읽은 후, 챕터도 다시 읽고 난 후 :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막막함에 대한 폭력의 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