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skull, glass

밤으로의 긴 여로 – 유진 오닐 – 외면하려 하면 돌아가게 돼.

밤으로의 긴 여로 – 소개

밤으로의 긴 여로, 하염없이 길게 늘어지는 밤을 붙잡을 수 없으니 한 잔.

이젠 그 한 잔을 나눌 사람도 사라져가니 한 잔. 한 잔을 해야 떠오르는 찬란함이라니 비루하지.

한줄평

잘못된 과거에 너무 오래도록 중독 되면 돌이킬 수 없는 현재를 맞이하게 된다.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소설이야….

누가 읽으면 좋을까?

  • 자기도 모르게 힘들었던 일을 묻어두려 하거나 회피하려 하는 사람.
  • 그런데도 눈뜨고 나면 그 일로 후회하는 사람.
  • 자신을 상처 입히면서 새로이 변하기를 다짐하는 사람.
  • 그런데도 용기 내기가 어려워 나약하고 자신감 없이 개선을 다짐하는 사람.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묻어뒀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이 들 수 있어.

왜 읽었어?

  •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이 있어.
  • 사람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해서 각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고 그 감정에 부합하는 책을 장마다 한 권씩 권해주는 책이야.
  • 유진 오닐의 책은 그 중 [음주욕]이라는 장에서 추천된 책이야.
  •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 헤어지고 내 일이 함께 무너졌을 때가 떠올라 이 책을 봤어.
  •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경제적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있던 때가 있었어.
  • 피폐한 상황 속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했고, 과거 기억이 뒤엉켜 나도 모르게 혼술을 시작했지.
  • 처음엔 반병만 마셔도 집에서 기절하던 내가 두 병을 어렵지 않게 마시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는 어떤 심리로 음주욕을 느끼게 되는지 궁금해서 읽었어.
  • 서문만 읽어도 끊어낼 수 없는 연결 고리가 쉽게 짐작됐거든. 나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고.
그때는 종종 술잔이 흔들리는 모습에 위안을 받곤 했어. 이제 잠들 수 있겠구나 싶었어.

밤으로의 긴 여로 – 언제 읽었어?

  • 내 어머니는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야.
  • 할머니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할 정도로 쇠약해진 지금도 그래.
  • 본인은 술을 좋아하는 정도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세월과 양을 마셔왔지.
  • 공교롭게도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엄마와 아주 비슷한 스타일로 삶을 살아가고 있어.
  • 유년 시절 내게 가장 힘든 기억이기도 했던 술을 먹는 모습까지 닮아서 짜증이 날 무렵에,
  • 그리고 당시는 너무 어려 엄마 삶의 무게를 이해해주지 못한 뼈아픔을 느낄 때 읽었어.
  • 나도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니까.
  • 당시 엄마가 느꼈을 벼랑 끝에 서 있던 심정을 뒤늦게 이해한 만큼 나 자신을 더 냉정히 들여다보고 싶었어.
  • 무엇보다 사업을 하면서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야” 같은 스스로 도취되는 문장을 쓰지 않으려 노력할 때였어.
  • 나를 정확히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게 들 무렵 이 책을 읽었어.
흐릿하더라도 우리에겐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읽고 어떻게 느꼈어?

  • 이미 만성이 된 경우를 제외하고, 음주 욕구의 대부분은 과거의 가장 잘났던 모습을 돌이켜 용기를 얻기 위함이라는 걸 볼 수 있었어.
  • 실제로 내가 술을 마실 때 혼자 주절거리거나 가장 감정적인 순간에 내뱉은 말을 정리해봤어.
  • 살펴보니 헤어진 애인에게 마지막 마무리까지 잘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나, 못되게 굴었다는 죄의식이 많더라.
  • 그 사람이 내게 베풀어줬던 깊은 사랑에 대해 지극한 감사함을 뒤늦게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았어.
  • 그 말을 전하기엔 이미 강을 건넌 관계였고, 말을 설령 전한다 해도 제대로 받아들여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 술로 용기를 얻어 혼자서 토로하기라도 해야 했던 것 같아.
  • 다른 한편, 친구들하고 술을 마실 때 모든 일을 아주 자세히 말하진 않았지만 과한 감정 표현이 많았어.
  • 사실은 날마다 두려움 속에 보내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현실을 다 부숴버린다거나 하는.
  • 돌이켜보면, 딱 과한 만큼 난 약했어.
  • 이리저리 살펴보니 술을 먹을 때의 나는 내 이상을 과하게 표현하거나 내 과거를 과하게 회상하는 경우가 많았어.
  • 다만, 술을 마시고 싶은 타이밍은 딱히 어떤 이유가 있지는 않았어.
  • 그건 마시는 빈도가 늘어나서 이미 만성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어디가 인상 깊었어?

  • 유진 오닐의 작품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는 전 가족이 뭔가에 중독되어 있어.
  • 아내는 모르핀, 두 자식과 아버지는 술에. 게다가 그 중독된 것에서 벗어나려 딱히 노력하지도 않아.
  • 그런 중독 속에 가족 모두에게 체념이 담겨 있었어.
  • 그들은 다들 술을 마실 때마다 전성기를 떠올리거나 가장 자신 있고 멋있었던 때로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줘.
  • 그들의 그런 그릇된 용기와 지나간 과거를 볼 때마다 느꼈어.
  • 과거에 머무른 삶은 아무리 그때가 좋고 멋있었어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걸 말야.
지워지지도 않고 끝도 없는 검정 잉크 같은 모습이었어.

밤으로의 긴 여로 – 책에서 뭘 봤어?

  •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뭘 해도 상관없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 하지만, 잘못된 형태의 지나친 음주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절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 음주가 무조건 나쁘게 비칠 수는 없다고 생각해.
  • 과거에 머무른다는 말은 언뜻 보기엔 부정적으로만 전달되기 쉽지만, 반성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 못난 짓을 했는데 제대로 된 정리도, 사과도 하지 못한 체 마무리를 지은 어떤 사건이나 관계가 있을 수 있으니까.
  • 그 상대방을 만나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기 자신은 반성해야 할 것 아냐.
  • 당연히 그만큼 삶에서 대가를 치러야지. 남에게 못되게 굴었으면.
  • 그런 죄책감을 충분히 느끼고 고통받아야 자기 삶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고 생각해.
  • 그러니 잊혔던 기억을 돌이킬 필요도 있는 거라고 보고.
  • 앞으로도 술을 마시며 살아가겠지만, 어떤 식의 술이든 비겁하고 추해지지 않기 위해 마시는 술이길 바래.
  • 어설픈 현실 도피가 아닌, 이를테면 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얻기 위한 일시 정지 버튼으로서 마시는 술 한 잔이길 바래.
삶은 길고,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는 거니까.

책을 읽고 “음주욕”에 대해 내가 정의한 것

  • 20.08.20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은 후, 챕터도 다시 읽고 난 후) :
  • 감정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분출하는 나약한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