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 조지 버나드 쇼 – 너는 네가 남에게 보이는 말과 태도로 결정돼.

피그말리온 – 소개

피그말리온, 아래 세 인물이 만들어 내는 이게 대체 한 세기 전에 만들어진게 맞는 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는, 로맨스 같은 건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희곡

대부분의 여자아이들보다 이쁘지만 그 이쁨을 살펴볼 틈도 없을 정도로 꼬질꼬질하고 가난한게 살았던 아이. 하지만, 남 등쳐먹지 않고 자기 자신을 팔기보다 자신의 노력을 팔아 스스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있던 아이. 그럼에도 말투부터 몸가짐과 행동이 처참해 그런 고결한 의지 따위는 누구도 알아먹을 수 없는 아이.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의 출신 배경과 그가 배워온 교육환경을 능히 짐작할 정도의 음성학 전문가. 괴팍하고 지 감정 한 번 상하면 온갖 상스러운 말을 다 퍼붓지만 악의가 없는 사람. 하지만, 그렇다고 그 드러운 성질을 고쳐먹을 위인도 못되는 사람. 귀족부인도 동냥하는 거지 취급할 수 있는 사람.

귀족의 전형, 품격있고 말을 절제할 줄 알며 감정을 고르게 한 뒤 말하는 것이 잘 훈련되어 있는 사람. 주변을 위해 돈을 내는 행위에 인색하지 않고 너그러우며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온건하게 대하는 신사. 하지만, 그래봤자 남자라 섬세한 감정선에 대해선 둔감한 사람

꼬질꼬질할 뿐이었던, 아무도 가치를 몰랐던 이 아이를 언어와 말투, 예의와 범절을 고친 것만으로 여느 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을 만들어내겠다는 대환장 프로젝트.

한줄평

네가 원하는 삶에 필요한 교육에 대하여

누가 읽으면 좋을까?

  • 본질이 중요하다 말하는 사람들: 하지만, 본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을 가꾸거나 말하는 방식을 바꾸는 태도에 무관심한 사람들
  • 자기 성향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 그닥 좋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고칠 생각이 없고 고치려 하기엔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 능력에 맞지 않는 허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 출신, 배경, 환경을 어필하지만, 실생활에선 어느 것도 똑바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
  •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마땅한 교육을 배울 의지를 갖춘 사람들
  • 로맨스 소설 같은 것에 질려하는 사람들: 캐릭터간의 조합만으로 충분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높은 수준의 문학을 선호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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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들여 노력을 통해 배운 것들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삶에 변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왜 읽었어?

  • 버나드 쇼는 “우물 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더 친숙한 극작가야.
  •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읽은 지는 10년 정도 됐어. 이 책을 포함해 내가 앞으로 올릴 모든 버나드 쇼의 작품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읽었어.
  • 이 사람의 저서 중 하나의 책을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건 17번 이상 이었던 걸로 기억해. 그 이상 반복한 다음부터는 몇 번 읽었는 지 새는 걸 포기했어.
  • 10년 전에 나는 노력 끝에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적응을 못해 방황하고 있었어. 그 때 이 사람을 알게 됐어.
  • 대개 대학원 전공이 그렇듯 그 학문 분야 사람들 빼고는 알지도, 알 필요도 없는 아주 미시적인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돼.
  • 그리고, 그 일 하나에 온 힘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함을 느낄만큼 지난한 공부 과정이지.
  • 버나드 쇼는 그 반대로 내가 아는 한 가장 팔방미인형 인물이야.
  • 런던 정경대의 설립자 중 한사람이기도, 국회의원이며,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기도 해.
  •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받은 몇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다방면의 성과를 보면서, 그리고 신랄한 문체 때문에 빨려들듯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 삶에 제 1순위로 영향을 준 작가라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어.
  • 내 인생에 단언컨대 가장 큰 영향을 현재까지도 주고 있는 사람이야.
  • 국내에서 출판된 번역본 – 발번역 서적까지 포함해서 – 사실상 전부를 다 가지고 있어.
  • 그리고 여전히 갑갑한 마음에는 책을 읽어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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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나드쇼는 그림처럼 초자연적인 어떤 에너지 덩어리 같은 느낌이었어.

피그말리온 – 언제 읽었어?

  • 난 삶이 너무 팍팍할 땐 버나드 쇼의 책을 몰아서 읽는 경향이 있어.
  • 그래서, 워렌 부인의 직업 이래로 쭉 읽어내려갈 생각이야.
  • 그 중에 피그말리온은 버나드 쇼의 번역서 중에서도 수준이 높은 책중에 하나야
  • 원문을 보진 않았지만 쇼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재미가 특히 잘 묻어나와
  • 내 어머니가 젊을 무렵엔 [My Fair Lady]라는 영화로도 나왔고 이 책 만으로도 상당히 센세이션이었다고 해.
  •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반복해서 읽어봐도 이 희곡만큼 파격적인 건 못 본것같아.
  • 살인, 외설 같은 류의 자극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없음에도 말야.
  • 특히,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살고 싶은 삶을 향해 기꺼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익히며 살아가겠다는 내게 이런 소설은 큰 의미가 있어.
  • 학습을 통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갖추는 모습과 그 모습을 통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구성
  • 그리고, 그 흐름동안 진부하게 메세지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통념을 상당히 비틀어 반박하는 모습
  • 익살스럽지만 정말 사회를 깊게 분석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비판 정신을 버나드 쇼의 희곡에서는 항상 볼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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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회적으로 만연한 모순이 이 사람에겐 태워야 할 장작같아 보였어

어디가 인상 깊었어?

  • 누가봐도 좋은 삶을 얻었지만 자기 것이 없어졌음에 허탈함을 느끼는 인물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
  • 가난했을 때, 말이 서툴렀을 때, 그래서 전반적으로 무시를 받는 게 흔했던 삶에선 분명히 자기의 것, 자기 손으로 일군 뭔가를 가지고 있었는데
  • 누가봐도 좋은 삶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교육을 통해 얻게 되니 그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자각을 하게 되는 모습
  • 그리고, 그 삶을 부여해준 사람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자기가 살아온 삶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모습
  • 하지만, 이미 상류사회의 맛을 봐버렸기 때문에 과거의 열악한 환경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자기 인식
  • 이처럼 자기답지 못하게 된 모습에 유감을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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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주어진 거니까. 나는 실제 사람인데, 예쁜 그림이 되어버린 느낌처럼 보였어.

읽고 어떻게 느꼈어?

  • 더 나음을 추구하는 삶이 항상 더 좋은 삶으로 연결되진 않을 수 있다는 것. 얼마든지.
  • 외적인 것, 더 좋은 것들이 해결해주는 너무나도 분명히 인식되는 긍정적인 가치가 있음에도 그렇다는 것
  • 오히려, 새로운 세상을 알아버림으로 인해 그전에 자유분방함과 자신만의 독립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
  • 그런 의미에서 뭔가를 새로이 알아가고 더한다는 건 반드시 더 나아진다는 것보단 더 원하는 뭔가를 선택하는 걸로 보인다는 것
  • 그렇기에, 남들 눈에 든 점에서 나아지고 도저히 불만갖기 어려운 삶이어도 의외로 불만족스럽고 공허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
  • 따라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성과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 그리고, 그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삶을 이끌어내고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
  • 타인의 좋아보이기 때문에 하는 권유나 보편적으로 좋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게 되는 방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 그러려면 자기를 파악하는 것이든, 자기 니즈를 알고자 하는 것이든 디테일한 자기 인식이 필요하겠다는 것
  • 꽃집 종업원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왕비와 귀족의 안사람이 되기 위한 교육은 필요 없다는 것
  •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에게 자기 사업과 목숨을 함께할 사람들의 배움과 그들의 태도를 배우는 건 불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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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방향성과의 싸움이라면 교육은 퍼즐 맞추기 싸움이라는 것

피그말리온 – 책에서 뭘 봤어?

  • 누구나 어느 곳에서 살든 갖춰야 할 톤앤 매너가 존재한다는 것
  • 그리고, 그런 대화 방식과 태도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
  • 바꿔 말해, 아무리 본질이 아름답고 순수하며 찬란해도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와 표현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
  • 겉모습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의 속을 들여다봐줄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는 것
  • 그 가고 싶어하는 방향은 철저히 자기 위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
  • 남의 눈에 아무리 보편적이고 누가봐도 좋을 수 밖에 없는 길이어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이 있다는 것
  • 그 길을 좋다, 좋은 거다, 또는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며 강조한들 결국 불협화음이 발생한다는 것
  • 오히려, 이도 저도 되지 않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
  • 그렇기에 가장 해법이 될 수 있는 상황은 자기가 원한 방향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충분히 성공하는 것이라는 것
  • 그래서, 자기 삶을 살아도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누리며 살아 불만이 없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는 것
  • 남들이 권장하는 삶을 살든 내가 희망하는 삶을 살든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적지 않는 자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 그 교육의 구성요소가 뭐가 될진 자신에게 묻는 수밖에 없다는 것
  • 그 와중에 재능이 많이 부족하거나 배우고 싶은 우선 순위에서 떨어져 못 배우는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균형을 잡기까진 시간이 걸리겠다는 것
  • 즉, 자기 삶을 살기 위해선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것
  • 그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이 먹고 살며 인생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역시나 시간이 걸릴거라는 것
  • 한 사람이 자기 삶에 가질 기본적인 불만을 줄이는 데에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것
  • 그래서 영앤 리치에 열광하는 세대가 때로는 허망해 보인다는 것
  • 그럼에도 나같은 부류의 삶이 살아가는 방식은 역시나 다를 수밖에 없겠다는 것
  • 그러니 역시나 내 갈 길을 걸으며 세월을 통해 나를 증명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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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하나하나 켜기 위해선 손에 불도 대어보고 시간도 들여야 한다는 것